벽장 안 긴글

혼자 돌아댕기기 1_해글리공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6. 22. 21:00

방학이다. 
3주 동안의 짧은 기간이지만 무얼하며 보내면 좋을까?
와 어렵다. 어려운 문제다. 


여태껏 나의 일상은 항상 주어진 미션으로 가득차 있었다. 

유치원,초,중,고, 대학교 그리고 군대까지. 내가 선택한것이 아닌 나에게 주어졌던 미션들...

그리고 어이없고 뜬금없이 지금 나에게 아무것도 주어진것이 없다.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도, 큰아들에 기대 가득한 부모님도, 학기가 끝났으니 공부에 대한 압박도 멀리있다. 

잠시지만 완벽에 가까운 자유의 순간이다. 


하지만 막상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는것도, 진로를 고민하는것도 아니다. 단지 지극히 단순하게 오늘 하루 어떻게 지낼건지 결정해보자는데. 

이렇게 어려울수가..

나는 자유라는 가치를 항상 갈망했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제 알았으니,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키워야겠다. (서론이 기네요)



우선 어디든 가보자 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밀크티가 먹고싶어져 집근처에 있는 밀크티 맛집으로 갔다. 

타로 밀크티를 마시며 생각해보니 차가 없는 뚜벅이에게 옵션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또 5년전 지진으로 아직도 공사중인곳이 많기도 하고.. 아니 도대체 5년동안 뭘 하신겁니까! 

그래서 제일 만만한 해글리공원으로 향했다. 


해글리공원은 우리집에서 걸어서 한시간 가량 가면 나오는 아주 큰 공원이다. 

북-해글리와 남-해글리로 나누어져 있고 에이번강이 경계를 가른다. 

럭비, 테니스, 게이트볼 구장과 골프연습 코스 등 시민들을 위한 스포츠 시설이 갖춰져있고, 

보타닉가든, 로즈가든, 고사리 하우스(Fern house), 온실 식물원 등이 있다. 

(뜬금없이 고사리냐 하시겠다ㅋㅋ뉴질랜드의 은빛고사리 Silver fern이 우리나라의 무궁화와 같은 지위를 갖죠!)

또 공원안에는 방문자 인포 센터와 카페도 있다. 

이처럼 크라이스트처치 시민들의 휴식과 활력을 책임지고 있는 든든한 공원이다


뚜벅뚜벅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 

나는 길을 걸을 때 선글라스와 이어폰은 착용하지 않는다. (등교길은 지루하니까 이어폰 필수)

새소리, 나뭇잎색깔 등 왠지 세상의 것들을 놓치는 듯한 느낌이 강해서.. 

사실 1년 뒤면 떠나야 하는 곳이기에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듣고 싶어서..





도착해 보니 이런 풍경을 마주했다. 아 역시 여기 뉴질랜드지.. 

잘 정리된 천연잔디, 우람한 나무, 파란 하늘, 늦은 가을의 단풍잎들까지..


벤치에 앉아서 숨만 쉬고 있는데 평화가 찾아왔다. 

와.. 한 학기동안 받았던 모든 스트레스를 빨아드리는 느낌을 받았다. 

제대로 힐링.









에이번강. 제주에는 강이 없어서 참 새로운 느낌. 



여행 단골사진 이정표도 찍어보고.. 












고사리 하우스! 

고사리는 뉴질랜드의 상징이다. 

온 국민이 좋아하는 럭비대표팀 올블랙의 상징 마크인것을 보아도 알수있듯이.



사진에 보이는 새 조형물은 뉴질랜드의 '모아' 라는 실존했던 새다. 

옛날에 마오리족이 다 잡아 먹어서 지금은 멸종되었다... 타조보다 컸다고 한다!



뉴질랜드 고사리 클라스. 이건 작으편.







온실 식물원에 들어가보니ㅋㅋㅋ 아니 이건 포켓몬스터에 우츠동? 반갑다..



우츠보트도 있네.... 




























m.u.i 누나의 글을 보고 마냥 혼자 떠나보고 싶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 지독하게 홀로 살아내는것을 실천하고 나에 대한 고민을 해보려고 길을 나섰는데, 

왠걸 눈앞에 풍경에 그냥 다 잊어버렸다. 오랜만에 여행자로 돌아간 느낌이어서 신선했던 하루. 

산책을 하러 나선 길이 4시간 동안의 행군이 되었다..집에와서 뻗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