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안의 글쟁이들
멀리 있는 일 본문
먼 일에 대해서 분노를 일으키는건 쉽더니, 가까운 일에 대해서 쓸 분노는 없는 것 같다.
영웅 전쟁 로맨스물 할 것 없이 이야기 풀기 좋은 2차 대전 이야기에는 눈물을 흘려왔으면서
정작 4.3은 내게 가장 먼 일이었다.
서울로 가는 편도 비행기 타는 일은 별거 아니었으면서
서귀포는 남의 나라처럼 멀기만 했다.
닿지 않고, 이해가 가지 않는 난해한 것들은 오히려 이해하기 쉬웠다.
공감하고 내 것처럼 '느끼기' 쉬웠다.
버스에 타면 주름진 손을 가진 할머니들이 귀여웠고 안쓰러웠지만,
정작 왼쪽 다리가 퉁퉁 붓고 침 한번 맞았다 하면 거멓게 피가 비치는 엄마의 모습엔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바깥에서 보이는 나의 친절과 수더분함은
해결되지 않는 누군가의 건강을 매일 봐왔기 때문인데,
바깥 사람에게는 정 주기 편하고 살갑다만
살 부비는 거리의 사람과는 살냄새 맡아본지 오래된 것 같다.
멀리 있는 일은 편하다. 슬프다. 눈물도 잘도 난다. 분노하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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