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지워지지 않는 페인트자국 (23)
벽장 안의 글쟁이들
오랜만에 dj soulscape 노래 꺼내듣다가 삘 꽂혀서 좋아하는 구절들 옮겨적기.(PC 최적화/ 모바일 웹과 어플에서도 재생한 채로 읽기 가능합니다)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과 앤드루 하비의 대화를 옮겨 적은 책.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로도 유명한데, 무대 공포증을 앓던 에단 호크와 평생을 피아니스트로 살아온 세이모어의 대화를 나누는 다큐멘터리로, 이수역 메가박스 아트나인 관에서 혼자 울면서 봤었는데, 몇 년이 지나 내가 가고 싶었던 북카페에서 책으로 만나게 되서 너무 기뻤다. 현실에서 공유할 친구 없이 특정 취향을 혼자 추구하는게 외롭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도피 같기도 했는데, 역시 한 점에서 시작해 다른 점으로 돌고 돌아 만나는 경험들을 하게 되니 이제는 ..
물어뜯기 바쁘고 배설하기 바쁜 인터넷이라 하지만 여전히 좋은 컨텐츠에는 좋은 댓글이 달린다. 보통의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해주는 이런 장을 만날 때 어김없이 캡쳐! 댓글의 Angad 는 Jason에게 계속 글을 쓰라고 당부했다. / 영상은 존 메이어의 Gravity 라이브 버전.
사랑의 온기가 더욱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그늘도 묻히면 길가의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의 그대처럼 꽃들은 쉼 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춥지 않아도 되니 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지금 이대로 이 길을 한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 송이로 서고 싶어요. 김용택, 해지는 들길에서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친절은 복잡한 것이 아니고, 배려 역시 어려운 것은 아니다17.04.02 20:31l최종 업데이트 17.04.02 20:31l글: 지영의(cshr)편집: 김대홍(bugulbugul) 한 할아버님이 카페로 들어섰다. 눌러 쓴 옛스러운 모자 사이로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님은 등장부터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낯선 듯 주변을 한참을 둘러보시다가 머뭇머뭇 카운터로 다가가 짧은 한마디를 툭 꺼내놓으셨다. "커피.. 있소?" 바로 옆에 커피 종류가 수두룩하게 적혀 있는 메뉴판이 무색해지는 말이었지만 젊은 매니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예. 커피 있습니다." 주시오. 고맙소. 짧은 말과 함께 할아버지는 카페의 한 구석으로 가 의자에 걸터앉았다. 내 시선은 매니저에게로 향했다. 아직 카운터 앞에 선 그의 표정에 잠시 고민..
이불을 박차고 나와 굳이 밥을 사먹고 요거 프레소에 와서 필사를 합니다. 무력감을 이기고 하루를 넘기는 방법입니다. 그동안 캡쳐해놓았던 글들을 필사하다가 이번에는 벽장 안의 글들을 필사해봤습니다. 가장 필사하기 좋고 기억하고 싶은 건 결국은 가까운 사람들의, '살아있는' 말입니다. 일부러 필자가 누군지 남기지 않았으니 맞추는 재미도, 내가 맞는지 알쏭달쏭한 재미도 있을 거예요.
그가 걸어오는 모습은 멀리서도 잘 보였다. 성큼성큼 걷는 걸음은 도포자락이 저절로 바람에 휘날리고 밝고 부드러운 표정은 햇살과 잘 어울려 주변까지 혼자 온통 환하게 했다. 어려서부터 별로 터울이 지지 않는 숙부들과 형제처럼 함께 자라서 그런지 어느 누구와도 웃는 얼굴로 잘 어울려 지냈다. 큰 키에 단정한 얼굴 생김새가 남자로서는 드물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늘 밝게 웃고 있어서 더욱 보기 좋았다. 마음이 울적하고 괴로운 일이 생기면 나와 벗들은 유득공을 자주 찾았다. 책을 팔아 양식을 얻었다는 부끄러움으로 내가 괴로워 할 때도 가장 먼저 찾은 벗이었다. 그에게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편안하게 해주는 독특한 기운이 있었다. 언젠가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박제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유득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