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안의 글쟁이들
나의 일상 이야기 본문
1. 일상에 대해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보면, 정신없고 꽉 짜여진 듯한 시간들이라 느꼈거든요. 주기적으로 방을 정리하는 것처럼, 말이죠.
2. 제 일상에 가장 깊숙히 침투한 단어는 '청년' 입니다. 제주청년협동조합의 사무국장을 맡아 이런 저런 활동을 하고 있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같이 꿈꾸는 활동들이 좋아서 하고 있지요. 하지만 되 물을 때도 많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나?", "나는 사무국장이라는 직함에 부끄럽지 않은 활동을 하고 있나?", "청년이란 무엇일까?", 항상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짊어지고 있어 무겁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3.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빨리 좀 끝나라", "시간 참 안 간다" 했던 군생활이라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 익숙한 공간.. 2년 여의 시간동안 그 곳은 저에겐 '집' 이었지요. 먼 동네로 이사를 가면 당분간은 어색하고, 예전 집이 그립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아직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외출, 외박을 나오는 군대 동료들도 만나고, 연락도 자주 하고 있어요. 하루 시작에서 끝까지 20여명의 사람들과 같이 하다가, 어쨌든 혼자 생활하는 지금은 좀 다르네요. 보고싶다 얘들아. ㅠㅠ
4. 저녁엔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첫 아르바이트에요. 부모님의 일이나 친척들의 영업장에서 일을 보조했던 경험은 있지만, 순전히 '남' 의 돈을 벌어오는 일은 말이죠. ㅎㅎ 참 힘듭니다. 오리백숙을 취급하는 집인데요. 워낙 입소문이 나고, 중,장년층이 찾아 와 주셔서 매일 매일 전 좌석 매진이 됩니다. 저녁 6시 반 에서 9시 정도까지는 화장실을 다녀올 겨를이 없을 정도로 서빙이 바쁩니다.
5.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안방마님 격인 '이모' 들과 이야기 할 일이 많습니다. 무더운 날씨 이야기, 어제 밤에 아이들과 식사한 이야기, 오늘 머리 고대기를 했네 안 했네.. 사소한 잡담이지만 참 재밌어요. 잡담을 하다가도 일이 생기면 모습이 확 바뀌십니다. 배테랑이죠. 이모들은 저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하시면서도 힘든 티를 한 번 내시질 않네요. 또 놀란 것은, 저녁 근무시간 전에도 오전에 다른 식당에서 한 파트를 뛰고 오신다는 점.. 뜨악!
6. 친구, 군대 동료, 청년 활동을 하며 알게 된 분들.. 짬짬이 점심, 저녁 약속을 맞춰 얼굴을 봅니다. '얼굴을 안 보여준다', '연락을 안 한다' 는 말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사실 열심히 만납니다. 조금은 의무감이 들 때도 있을 정도로. 그러다가 허무해 질 때도 있어요. 집에서 조용히 혼자 밥을 차려 먹을 때의 매력도 분명한데 말이죠. 그래서 가끔은 핑계를 만들어 만남 약속을 피할 때도 있습니다. 마음이 안 끌리는 외출은 과정도, 결과도 사실 별로 안 좋더라고요.
7. 시간이 빌 때는 책을 읽습니다. 요즘은 <노오력의 배신> 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청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인데, 초,중반부는 너무 절망적인 내용이라 읽어 내려가기가 힘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은 어떤 대안과 방법론을 이야기 할 지 궁금합니다. <시사IN>도 정기구독 하고요. 고전도 하나씩 둘씩 읽어보려 하는데, 군생활을 할 때보다 훨씬 독서 시간이 적다는 것을 느낍니다. <시사IN>의 경우 확연히 나타나요. 군생활 할 때는 오자마자 다 읽어서 한 주를 기다리는 게 길었는데, 이제는 2주 분량이 책상 위에 포장도 안 뜯힌 채로 놓여있을 때가 있어요. ㅎㅎ..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8. 틈틈히 운동도 합니다. 헬스를 끊지는 않았어요. 끊어놓고도 잘 안 가질 것 같기도 했고요. 저는 맨몸운동 위주로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철봉, 푸쉬업, 크런치, 플랭크, 철봉, 유산소 운동.. 사실 헬스장에 가지 않고도 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군생활 할 때보단 확실히 시간이 줄었어요. 몸을 열심히 만들어서 주변의 부러움도 받았었는데, 원래대로 조금씩 돌아가 버리지는 않나 걱정이 됩니다. 운동!!!!!!!!!!! 정말 해야하는데!!!!!
9. 2학기 복학을 해야하나.. 고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개강일은 8월 27일이에요. 아직 달력엔 8월 26일까지의 계획밖에는 없네요. 사실 어서 공부를 마치고, 학사도 따고,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이 있어요. 왠만하면 별 관여하지 않는 부모님께서도 복학하라는 pressuer를 꽤 강하게 주시구요. 그런데 2년 반이라는 휴학의 공백에 대한 걱정, 크게 재미..가 없는 학문이라는 점.. 등등이 망설이게 합니다. 그래도 수강신청은 할 생각이에요. 마치 양치질 하기 싫은 어린 아이처럼.. "나중에, 나중에.."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간 내려야 할 결정, 대면하기 싫고, 두려워서 계속 미루고만 있네요.
10. 제 옆에서 작은 것 하나하나 같이 할 '애인' 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꽤 긴 시간 만났던 친구와 서로의 삶에 집중하기로 한 이후에 아무 느낌 없이 지냈는데, 그냥 그렇네요 ㅎㅎ 같이 별도 보러가고 시장가서 호떡도 사 먹고, 놀이터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그 때가 가끔 그립기도 하고.. 요즘 그렇네요.
11. 이 글을 쓰고 난 뒤에는, 몇 시간 후에 있을 모임 준비를 할 것 같습니다. 조금은 익숙해 진 듯한 전역 이후의 일상.. 뭔가 공허하네요. 적어 놓으니 더욱 그러하네요. ㅎㅎ 제 공허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내일이나 모레엔 시간을 만들어 어디 걸으러라도 다녀와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