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안의 글쟁이들
껍질을 벗겨가는 일 본문
한 해마다 나이가 더해진다는 건 나에게 둘러진 두터운 껍질을 하나씩 벗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괜찮은 줄 알았던 것들이 괜찮지 않게 되고,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는 굉장히 그것을 싫어한 것이었고,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이해도 못하고 있던.
모호하고 두리뭉실한 나 라는 덩어리에서 곁가지 것들을 뗴내어 점점 뚜렷한 나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부모로부터 몸을 받아 고유한 유전자의 특징을 띄었을 거고, 타고난 성향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 모습이 진짜 나냐고 묻는다면 답하기는 좀 애매하고,
차라리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경험과 사건을 겪으며 '이거다' 싶은 순간과 사람을 만나 변화하는 것, 그게 진짜 나라고 추측 정도는 할 수 있겠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생각하는 나와 행동하는 나가 다르지 않은 것, 그것이 최대한 일치될 때 평온함을 느끼는게 아닐까.
물론 이상적인 상이야 항상 있기에 그 모습을 닮고 싶고 나이 40이 넘어가면 살아온 방식이 얼굴에 드러난다기에 조금 더 유하고 밝은 모습으로 나이들고 싶기도 하지만, 억지로 나와는 다른 상을 내 속에 구겨넣을 수는 없는 일이니 내 안에 있는 나는 누구인지 직면하고 그 모습에 긍정적인 면을 더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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