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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안의 글쟁이들

외로움에대한 스케치 본문

벽장 안 긴글

외로움에대한 스케치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8. 25. 20:09
 레벨 1. 매순간 사람들 속에서 지내느라 지쳤었는지 혼자 있는 시간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레벨 2. 여유롭던 시간은 찰나와 같았고 외로움은 빠르게 증폭된다. 열번의 끼니 중 아홉 번은 혼밥이다. 한국의 복학생들이 화장실에 숨어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라. 다른 사람들 눈치 보느라 내가 밥을 먹는지 밥이 나를 먹는지.
 
레벨3. 한달 정도 혼자 밥을 먹다보니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뉴질랜드는 서구권이고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나라다.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밥을 먹고있다.

레벨4.  그래 나도 나름 외국물 먹는 유학생인데 개인주의 한번 배워보자. 그래 나는 혼밥도 즐길 줄 아는 선진 문화를 습득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할 때 쯤 한국인 무리가 지나간다. 오쉣. 한국인처럼 안보이려고 고개를 최대한 숙인다. 왕따라고 생각하겠지? ㄷㄷㄷ. 역시 아직 멀었다.

레벨 5.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 사실 이전에도 몇번이고 가려고 도전했지만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마침내 꼭 보고싶었던 '귀향'을 상영 한다길래 어느 일요일 오후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 티켓과 함께 과자를 사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우와 영화관 통째로 빌려 보는구나 하며 쓸쓸해 하고 있을 때 한 한국인 커플이 들어와 내 뒤에 앉았다. 사람은 늘었는데 더 쓸쓸해졌다. 휴.

레벨 6. 한 학기만 버티고 있으면 여자친구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왠걸 여자친구는 개인사정으로 오지 못하게 됐고 외로움은 급격히 증폭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은 기운을 쫙 빼트렸고 땅이 꺼져라 한숨만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 오늘도 혼자구나 하는 생각에 불행했다.

레벨7. 극도의 우울함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어느 정도까지 외로움을 감당할수 있을까? 실험을 하기 위해 가끔 있었던 친구들과 약속도 최대한 안나갔다. 그리고 나를 스스로 관찰해봤다.

레벨 8. 안그래도 예민한 성격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조그만 일에도 욱 하고 올라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공부도 운동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고 삶의 허무함을 다시한번 느꼈다. 아 우울증 걸린 사람들이 이래서 목숨을 끊는구나. 조금이나마 이해하게됐다.

레벨 9. 안되겠다 이젠 살자. 라고 생각하니 긍정적인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사소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빨래 할 때 옆에 서있던 해바라기가 친구 같이 느껴지고 지나가던 동네 고양이가 반겨주는 날이면 그 순간 행복했다.

레벨 10.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 동안 안에 담아두고 표출하지 못했던 것들을 풀어내고 싶어졌다. 예술가들도 아마 이런 고독한 상태에서 창작욕을 분출하는것이 아닐까도 생각해봤다.

레벨 11. 이젠 좀 더 적극적으로 외로움에서 탈출해 보려고 한다. 친구들을 더 만나고 종교활동도 시작해보려 한다. 다른건 모르겠지만 확실히 깨달은것은 혼자만의 시간과 사람들과의 시간이 균형이 맞을 때 좋은 삶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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