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안의 글쟁이들
<어셔가의 몰락>을 읽고. 본문
오늘 '엘런 에드가 포'의 단편 <어셔가의 몰락>을 읽었네요. 이 글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사진은 영화 '디테치먼트'에서 <어셔가의 몰락>을 설명하는 학교 선생님.
음산한 분위기와 우울하고 공포스러운 어셔가에 방문한 화자는 어셔가 저택에 묵으며 말그대로 '어셔가의 몰락'을 목격하고 체험합니다. 근친결혼으로 그들의 '순수한' 가문을 계승받아온 '어셔가'는 그들이 지켜온 혈통과 함께 고립되고 무너져 내리는 공포도 함께 물려 받습니다. 그들은 결국 어셔가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희귀한 병-고립되어야만 연명할 수 있는-을 공유 하며 죽어갑니다. 그렇게 어셔가의 유일한 두 남매는 어셔가의 마지막 혈통으로 생을 비참히 마감하며 위태위태 하던 어셔가 저택의 붕괴와 함께 몰락합니다.
글의 화자인 주인공은 이성적인 인물이지만 어셔가 저택앞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성으로 극복할 수 없는 어떤 우울함과 공포감을 느낍니다. 저택에 머무는 내내 친구인 '어셔'(어셔가의 마지막 후손이자 화자의 오랜 친구)를 그 병적인 우울함과 공포에서 구출하려 하지만 도리어 자기자신이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어떤 공포감에 굴복합니다. 어셔가는 결국 이성으로 그들의 몰락을 막지 못하며 근친에의 혈통 보존이 그들에게 병적인 우울감(그것은 근친의 필연적 기형임과 동시에 순수한 혈통의 고집에서 온 뿌리깊은 고독입니다)을 물려주어 몰락하게 됩니다.
오늘 에드가 엘런 포의 이 짧은 단편을 읽으며 '어셔가'에 인류를 대입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셔가가 그들이 쌓아놓은 고독으로 몰락을 야기했다면, 인류 역시 인간만이 행복할 수 있는 이성의 세계로 역사를 쌓아나가면서 그들 스스로 예고된 몰락의 길로 내몰고 있지 않을까요? 어셔가문이 다른 가문을 배척해 왔듯이 인류 또한 다른 종과 자연, 세계를 인간중심으로 걸어와서 점점 어떤 병적인 우울함에 빠져들고 있는게 아닐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두운 이야기를 읽은지라 저도 한껏 무거워졌네요..헤헷 결론적으로는 '감수성'이라는 것이 중요할 테다! 하고 느끼게 되는 독후감이었습니다;)
단편이면서 글 자체도 긴장감과 흡입력이 있기 때문에 한숨에 읽히는지라 잠깐 시간을 내서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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